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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시모음

장인정신V 2024. 4. 2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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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봄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음도 차분해지는데요, 오늘은 봄비에 관한 시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봄비 시모음

 

봄비 속을 걷다 / 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자는 더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안에 평온을 되찾다

 

 

 

봄비 / 나태주

사랑이 찾아올 때는

 

엎드려 울고

 

사랑이 떠나갈 때는

 

선 채로 울자

 

그리하여

 

너도 씨앗이 되고

 

나도 씨앗이 되자

 

끝내는

 

우리가 울울창창

 

서로의 그늘이 되자

 

 

봄비 / 정호승

 

어느날

 

썩은 내 가슴을

 

조금 파보았다

 

흙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 흙에

 

꽃씨를 심었다

 

 

어느날

 

꽃씨를 심은 내 가슴이

 

너무 궁금해서

 

조금 파보려고 하다가

 

봄비가 와서

 

그만 두었다

 

 

봄비 / 양광모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봄비 / 심훈

 

하나님이 깊은 밤에 피아노를 두드리시네

 

건반 위에 춤추는 하얀 손은 보이지 않아도

 

섬돌에, 양철 지붕에, 그 소리만 동당 도드랑

 

이 밤에 하나님도 답답하셔서

 

잠 한 숨도 못 이루시네

 

 

봄비는 가슴에 내리고 / 목필균

 

그대가 보낸 편지로

 

겨우내 마른 가슴이 젖어든다

 

봉긋이 피어오르기 전 꽃눈 속에

 

눈물이 스며들어, 아픈 사랑도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겨울 일기장 덮으며

 

흥건하게 적신 목련나무

 

환하게 꽃등 켜라고

 

온종일 봄비가 내린다

 

 

 

봄비가 내립니다 / 김하인

 

봄비가 내립니다

 

이렇게 비 오면 우산 펴들듯 내 키와 몸집에 맞는 사랑 펴들 수 있길 바랍니다

 

살다 보면 얼마나 많은 슬픔과 아픔에 마음 젖고 가슴 젖셔지겠습니까

 

그럴 때마다 보고픔 펴들고 당신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당신을 작은 하늘 삼아 세상 속을 걸어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부디 내 그리움 나팔꽃처럼 활짝 펴들고 가는 길 끝에 당신 마중 나와주시겠지요?

 

 

 

결론

이 시들은 너무나 우리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시를 지어주신 시인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